책소개
아프리카 전통 사회에 내재하고 있는 가족애와 형제애를 토대로 ‘우자마(Ujamaa)’라는 탄자니아식 사회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헌신한 니에레레의 정치철학과 인본주의적 시각이 집약되어 있는 책이 바로 ≪인간과 개발≫이다. 즉, 사회주의를 도입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노력에서 니에레레가 추구했던 이상과 그러한 이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토대를 이루었던 정치적 신념과 가치가 집약되어 있는 책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고결한 정치가 중 한 명으로 존경받고 있는 니에레레가 일관적으로 견지했던 신념과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며 동시에 아프리카, 특히 탄자니아의 정치·역사·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책이다.
인간 본연의 양심과 이성에 호소한 이 책에서 니에레레는 평화,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 개발, 정당의 기능과 역할, 노동의 목표, 남부 아프리카의 해방 투쟁, 비동맹 운동, 교회의 사회적 역할, 대의 민주주의, 인간의 평등, 자본주의의 본질 등 다양한 주제와 당면 문제들에 관한 자신의 관점, 신념, 사상, 철학을 명료한 언어로 응축해 내고 있으며 그의 삶을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던 정치철학과 신념을 전개하고 있다.
니에레레는 무엇보다도 인간을 가장 중심에 두는 휴머니스트였다. 사람들을 마주하고 함께 서서, 사람들을 향해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는 데 모든 열정을 바친 인본주의자였던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력 혹은 인적자원의 개발을 외치는 시대에 그는 인간 개발에 모든 열정을 쏟았다. 인간의 평등, 인간에 의한 인간 착취에 맞선 흔들림 없는 저항, 사회적 정의와 같은 보편적 가치에 대한 그의 강고한 신념은 탄자니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양심적 지식인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가치 혼돈과 상실의 시기에 그의 목소리가 더욱 커다란 반향을 울리는 것은 인간에 대한 그의 믿음과 세계를 바라보는 혜안 때문일 것이다. 니에레레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빈곤과 억압에서 신음하고 있는 이들의 정신적 지표로 남아 있는 것은 평생을 헌신한 가치와 신념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0자평
탄자니아의 초대 대통령으로 지금까지도 국민들 사이에서 “선생님”으로 불리며 존경받는 줄리어스 니에레레의 연설문을 통해 그의 사상과 신념을 배운다. 그는 인간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인간의 개발”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진정한 개발, 올바른 정치와 종교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지은이
1922년 4월 11일 탄자니아의 북부 빅토리아 호에 인접한 마라 주 무소마 지방의 부티아마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중등학교를 마치고 우간다의 마케레레대학에서 수학했으며 대학을 졸업한 1945년 교사 자격을 획득해 우간다의 캄팔라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에딘버러대학교에서 3년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탕가니카 아프리카협회 의장을 지냈다. 1954년에는 오스카 캄보나(Oscar Kambona)와 함께 탕가니카 아프리카 민족연맹(Tanganyika African National Union, TANU)을 조직했다. TANU는 초기에는 사회적 평등, 인종 간의 화합이라는 목표를 갖고 출범했지만 이후에는 탕가니카의 완전한 자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진력했다. 이 시기부터 1957년까지 TANU가 실질적으로 유일한 정치조직으로 존재했으며 니에레레는 식민 통치 시기와 탈식민 이후 탄자니아 정치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 부상했다.
1960년 영국 통치하에서 수상에 올라, 독립 이후인 1961년부터 1962년까지도 수상으로서 신생 독립국인 탕가니카를 이끌었다. 그리고 TANU를 재조직하기 위해 수상직을 사임했다가 1962년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탕가니카는 공화국이 되었다. 1964년 1월 12일 잔지바르 혁명이 발생하면서 탕가니카의 초대 대통령 니에레레는 잔지바르의 아베이드 카루메(Abeid Karume)와 함께 ‘한 민족/국가 안에 두 나라를 만드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1964년 탄자니아 본토인 탕가니카와 잔지바르 및 펨바가 연합해 탄자니아연합공화국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니에레레는 자신이 열정적으로 추구했던 정책들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며 1985년 스스로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왔다. 당시 혁명당 전당대회에서 “나는 이제 물러납니다(Ninang’atuka)”라고 말하며 정치 일선에서 퇴진했다.
정치의 전면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부룬디 등 역내 국가들의 지역 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으며 중재자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빈곤의 완화 및 타파,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설립된 남반구 위원회(the South Commission)의 초대 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헌신적 노력들을 높이 평가해 2009년 유엔총회에서는 니에레레를 ‘사회정의의 영웅’으로 지명했을 정도로 그는 한평생을 사회정의와 평등의 구현을 위해 헌신했다.
1999년 10월 14일 77세를 일기로 런던에서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고향인 부티아마에 안장되었다.
옮긴이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학부에서 스와힐리어를 전공했고 케냐 나이로비대학교 언어학, 아프리카언어학과에서 스와힐리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벨기에 헨트대학교 아프리카 언어문화학과에서 비판 담화 분석과 사회언어학을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남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전임연구원으로 연구에 참여했으며 서강대학교 교양학부에서 강의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학부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연구소의 인문한국 연구교수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차례
머리말
평화가 깃든 새해
지식인과 사회
국민의 대변자로서의 정당
노동의 목표들
자유와 개발
아프리카의 안정과 변화
확대일로에 있는 비동맹 운동의 과제들
교회와 사회
대표자 선출
모든 인간의 평등
합리적인 선택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전 세계를 통해 인권을 신장할 필요성은 계속 존재해 왔습니다. 인권 신장의 필요성은 확실히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가치입니다. 우리 중의 일부가 안락한 삶을 살고 있거나 만족스러운 삶을 누린다고 해서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곳에서 안식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중에서 자유롭게 자신을 개발하고 국가의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억눌린 자들, 차별의 희생자들,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과 박해받는 자들을 향해 현재의 조건에 묵묵히 순종해야 한다고 요구할 권리가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그러한 요구를 한다면 우리 자신도 박해를 받는 자들의 박해자, 억눌린 자들의 억압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인간 조건들이 일반화되고 지배적인 상황에서 존재하는 평화는 안정된 평화도 아니고 정당화할 수도 없는 평화입니다. 우리는 다른 인간들이 당하는 부당한 처우에 대해 참고 견딜 권리가 없습니다.
-7~8쪽
개발은 그것이 인간에 대한 개발일 경우에 자유를 가져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타인에 의해 개발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외부의 다른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 집을 지어 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인간으로서의 자부심과 자기에 대한 확신까지 대신 심어 줄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그러한 것들을 자기 스스로의 행동에 의해 창출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52쪽